Jun 9, 2004 과도기
2차 예선에 나선 한국은 수원에서 벌어진 레바논과의 첫 경기를 2-0으로 잡으며 산뜻한 출발을 보이는듯 했으나 곧이어 3월, 저 유명한 '몰디브 쇼크'를 겪으면서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낙마하는 등 크게 흔들렸다.
박성화 코치(U19 청소년팀 감독 겸임)가 감독대행을 맡아 4월 파라과이전(0-0), 6월초 터키와의 2연전(0-1,2-1)을 치렀다. 특히 터키에게 4연패 끝에 역사상 첫 승리를 거두면서 안정 궤도에 오른듯 보였다.
3차전 상대인 베트남은 이 시기 동남아시아의 신흥 강호로 떠오르던 팀. 특히나 한국 입장에서는 8개월전 당한 '오만 쇼크'의 주역중 하나가 베트남(0-1패)이었다는 점에서 가벼이 볼 수 없는 상대였다. 아시안컵 예선전에서의 베트남은 2003년 12월 자국에서 예정됐던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s)에 대비해 23세 이하로 구성된 팀이어서 더욱 큰 충격이었다.
박성화 대행이 이 경기까지만 수행하기로 되어 있었으므로, 아마도 협회에서 차기 감독을 물색중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당시 한국 대표팀은 일반의 기억과는 달리 2002년과는 꽤나 다른 팀이었다. 절반 정도는 멤버가 바뀌었던 상황. 여기에 박지성, 이천수, 이영표, 송종국 등이 유럽 무대에 나가 있었으므로 경기마다 완벽한 베스트 11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베트남전에는 총력전을 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김남일과 박지성, 이을용 등 2002 멤버들을 중원에 포진시켰고 전방엔 안정환과 김은중이 나섰다. 수비진에는 최진철과 유상철이 새 멤버 조병국을 이끄는 형국.
역대 베트남과의 경기에 이 정도로 공을 들이고 큰 관심이 집중되었던 다른 예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경기. 2002년의 영광을 뒤로 하고 2006을 준비하던 과도기이긴 했지만, 그 과정은 생각보다 지난했다.
22 мар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