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체를 보면서 느껴지는 어떤 분위기나 떠오르게 되는 생각이 그 사람과 연관이 있겠구나 싶었는데 이런 것들을 연구하는 학문 필적학이 있다니 신기하고 흥미롭습니다. 정말 귀한 영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손으로 아침에 글을 한시간 정도 쓴 날 머리가 굉장히 맑고 마음도 차분하게 하루를 살게 된다는 생각을 하곤 하였는데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영상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손글씨로 노트를 정리하고 일기를 쓰고 하던 옛날과 컴푸터로 글을 쓰는 요즘 세대의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겠구나 싶기도 하네요.
이야 초등학생 시절에 글씨 잘 쓰는 반 친구들 보면 항상 부러웠거든요. 단순히 글씨가 예뻐서 그랬던 건 아니고 그 글씨 잘 쓰는 친구들 주변엔 좋은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어린 마음에 저는 글씨를 잘 쓰면 좋은 친구들을 더 사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마음처럼 잘 안 되더군요. 글씨가 자꾸 아래로 내려가고 글씨 크기가 과하게 작아서 알림장 검사할 당시 선생님에 크게 좀 쓰라고 지적 받을 정도였죠. 지금은 남이 알아 보는데에 전혀 지장이 없고 나름 글씨체에 대해 책도 읽어보고 교정도 해보려 노력했는데 제 생각보다 글씨체의 위력은 상당하군요. 한 수 배워 갑니다.
이십년정도 아이들 가르치는데 글씨 쓰는 것만 봐도 애 성격이 보이더라. 그런데 요즘 애들은 인내심도 없고 자기 고집만 주장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 애들 글씨는 진짜 화가 날 정도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입학하면 깍두기 노트에 글씨 연습을 했는데 분명 성격 형성에 도움이 되었을 듯하다.
서예가 내면을 수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예술이라는 건 납득이 가지만 반대로 어떤 필적을 보고 그것이 글쓴이의 현재 뇌의 상태에 대해서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전달해 주고 심지어 수사나 법정 증거로 채택될 수 있냐는 데에는 의문점이 많이 듭니다. 출연자 분이 초반에 든 히틀러 우울증 예시도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리는 적절하지 않은 예시 같습니다.
@@심쿵두루 '상통' (두 항 사이에 상관관계 있음)은 맞을 수 있는데 '일맥' (역까지 성립하는 두 항 사이 일치관계)은 아닙니다. 서예처럼 글씨를 수련해서 아름답고 정갈하게 다듬는 것(A, 물리적 행위)이 글씨를 쓰는 이의 마음상태 (B, 심리상태, 성격)에 영향을 미치고 이를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즉, A->B 의 상관관계가 성립할 수 있지만, 이 상관관계가 얼마나 밀접하느냐에 따라서 그 역의 상관관계, 즉, 글씨를 쓰는 이의 마음상태(B)가 어떠어떠했을 때 이러이러한 글씨가 나온다 (A)는 B-->A 로의 상관관계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실 심리적 상태, 성격(B)이 글씨와 같은 물리적인 결과물(A)과 완전 동일한 경우, 즉, B가 A의 필요충분조건 (그러니까 심리상태가 완벽히 투명하게 언제나 특정한 물리적인 결과물을 창출해서 그 반대의 추론도 언제나 타당한 경우)이 아닌 이상 일반적으로 역의 상관관계는 성립하지 않지요. 예컨대 '연쇄살인범'적인 필적을 가진 범죄자가 필적학으로 자신이 추적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연습을 통해 자신의 필적을 '독립운동가' 필적으로 변형한다고 해서 우리는 그가 더이상 살인범이 아니게 되었다고 추론하지 않지요. 왜냐하면 물리적인 결과물인 글씨와 심리적인 상태의 불일치의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죠. 모두가 동의하는 인품이 정말 훌륭하신 어떤 분이 다만 서예 등을 배울 기회가 없어서 처음 두꺼운 붓을 들고 쓰게 했을 때 악필인 경우 등입니다. 두 가지 예시 모두 두 항 사이의 상관관계가 느슨함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입니다. 각 항을 구성하는 요인들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가지라고도 쉽게 추측해 볼 수 있겠죠. 요컨대, 느슨한 '상통' 일 수 있지만, '일맥' 이 아니라 '다맥' 이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생리학, 범죄심리학의 연구결과들이 둘 사이의 어느정도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죠 (A->B, B->A 어느 방향이든). 검사들이나 형사법정의 법률가들이 둘이 다만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것 쯤이야 당연히 인지하고 있을테고, 그러면 결국은 어느정도의 상관관계가 있느냐하는 '신뢰도'의 문제와 필적학이 얼마나 비중있는 결정적인 증거로 다루겠냐 하는 법률적 판단의 문제이겠죠. 제가 문제삼은 것도 바로 이 신뢰도가 낮을 것이라는 의심입니다. +히틀러의 필적이 오른쪽으로 갈수록 아래로 쏠림을 통해 우울증을 겪었을 것이라고 추론하고 실제로 히틀러는 실제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영상을 편집하고 설명하는 것 - 그럼으로써 마치 필적학이 히틀러의 죽음을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는 것 - 은 논리적으로 빈약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상당히 무책임한 설명입니다. 히틀러가 권총으로 생을 마감한 것은 "우울증을 앓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군대가 전쟁에서 패배할 것이 확실시 되는데 연합군에게 점령당한 후에 자신이 잡히는 경우 벌어질 결과를 비관해서라고 설명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죠.
[필적학 유감] 자주 보는 교양방송에 '필적학자'라는 사람이 나왔다. 나는 과학수사에 쓰이는 필적감정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고 기대하며 들었지만 내용이 영 이상했다. 글씨로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고, 범죄자와 부자의 경향성도 구분해낼 수 있으며, 심지어는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도 알아낸다는 헛소리를 입에 침도 안 바르고 해대는 걸 듣자니 헛웃음이 나왔다. 정말 가관인 건 "미음 자를 쓸 때 꽉 닫아 쓰는 사람들이 재물 새어나갈 일이 없다"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절약'이라는 관념적 개념과 문자기호 'ㅁ'자 형태의 유사성(무언가를 가두는 성질)을 이용한 주술적 비유 말고는 도대체 무슨 근거가 있다는 말인가? 이런 이상한 소리들을 하길래 이름을 검색해보니 책도 내고, (무려) 교육방송에서 (무려) 정관용 선생과 대담도 하고.. (심지어는) 유퀴즈에 나와 유느님 앞에서도 저런 헛소리를 하는데, 미디어들은 저 말의 신빙성을 의심하지 않고 그냥 사방에 퍼뜨린다. 심지어 내가 평소에 신뢰하던 사회자들(이강민, 정관용, 유재석 등등) 역시 저 말을 믿으며 흥미롭게 듣는 눈치다. 이게 말이 되나? 아니나다를까, 필적학이라는 게... 조금만 알아보니 제대로 된 학계나 논문도 존재하지 않는 사이비 유사과학이다. 서양에서 조금 유행하다가 지금은 퇴출된 잡설이 한글에 적용된 것일 뿐이다. 저 말에 제대로 된 과학적 근거는 없고, 이현령비현령식 썰풀이에 불과하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뿅뿅을 보면 땡땡을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요설의 대부분은 거짓이라는 점을 눈치챌 수 있다. 마음이 불안하던 시기에 심리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홍채학'을 접한 적이 있었다. 홍채를 확대해 들여다보면, 개개인마다 다른 무늬에서 사람의 성격적 경향성이 드러난다는 이야기였다. 홍채학을 공부한다던 그 상담사는 내 홍채를 확대해 보여주며 내 성격이 어떠어떠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그 근거가 너무 박약해서 바로 그와의 상담을 끊어냈던 경험이 있다. 자칭 필적학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논리 패턴이 어쩌면 이렇게나 유사한 방식일 수 있나? 사실 세상 곳곳이 그런 것들로 가득하다. 관상학, 수상학, 설상학, 성명학.... 너무 어질어질하다. 미래를 책임질 세대들은 MBTI에 빠져 있다. 미디어도 아무 책임감 없이 그게 정설인양 떠들어댄다. 단순히 재미로 듣기에는 해악이 너무 크다. 저기에 과몰입하다보면, 저 사람은 필체를 보니 충동적이라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거나, 저 사람은 ENTP라서 나랑 안 맞는다거나 라면서 그와 접속함으로서 만들어낼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차단하게 된다. 그게 개인적 영역에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인데, 조금만 더 확장되어서 어느 누군가에 대한 차별까지 자아내게 되면 심각한 사회적 해악이 된다. 우리 회사는 인트제 안 뽑는다라거나, "당신 글씨체가, 미음자가 안 닫혀 있는 걸 보니 경리 업무엔 맞지 않는군요"라거나. (그래서 나는 MBTI를 묻는 사람들에게 IDBT라고 한다. I don't believe that.) 온 세상이 사이비로 가득하다. 그렇기에 콘텐츠를 만들어 퍼뜨리는 미디어쟁이에겐 더 큰 책임감이 요구된다.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과학적 사고 뿐이다. 과학은 '땡땡을 보면 뿅뿅을 안다'고 단언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과학은 언제나 모든 것을 회의한다. 모든 주장에는 그것에 대한 다차원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과학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지금 진리라고 믿는 공리가 예외상황에선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 끊임없이 근거를 찾고, 그것들을 통해 새로운 진리를 추론하고, 언제라도 그 기반을 뒤집는 새로운 근거가 발견되어 그것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기꺼이 모든 체계가 무너진 폐허에 서서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과학적 사고가 굳건한 사회에선 필적학과 같은 사이비가 판을 칠 수 없다.
이보세요. 글씨는 어깨와 어깨봉과 팔의 내반주와 외반주의 문제입니다. 내반주 외반주에 따라 팔목각도와 손가락 각이 결정되는데 근본적으로 팔관절과 손목과 손가락 관절이 뒤틀리게 태어난 사람들, 또 어깨부터 손가락까지 명필이 되기 부족한 몇개의 악조건의 관절과 근력이라면 악필이되는겁니다. 정신이상자도 명필 많고 대부분 범죄자들중에 것도 남자중에 글씨가 좋은 상태인 사람 많습니다. 악필 연구를 30년 했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