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선정전은 지금은 사라진 인경궁의 유일하게 남은 전각이죠. 광해군은 전란 후 백성이 궁핍하던 시기에 동궐과 경운궁을 재건함과 동시에 3개의 궁전을 더 지었는데 그 중 인경궁은 경복궁에 버금갈 만한 규모(오히려 더 컸다는 말도 있을 정도)에 청기와까지 올려 대단히 호사스러웠다고 하죠. 인조반정 후에도 광해군의 상징격인 인경궁은 거의 완공 직전이였으므로 근처 경덕궁(경희궁)과 묶여서 잠시동안 사용되다가 인목왕후가 연루된 역모사건 등 이런저런 사건들로 인해 결국 (그 사이에 다시 불타버린...)동궐, 그외 시설 건설에 전각들이 옮겨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말았죠. 창덕궁에는 본래 경훈각-징광루 등 인경궁에서 떼어온 다른 청기와 건물도 있었지만 그 전각들도 수 차례의 화재로 모두 소실되고 유일하게 남은 건물이 현재의 선정전이죠. 인경궁은 비록 백성의 고혈을 짜내어 지은 궁궐이지만 현재까지 남아있었다면 대단한 볼거리였을텐데 역사에 휘말려 사라져버렸다는 점이 아쉽네요. 동일하게 광해군이 건설한 경희궁도 경복궁 재건에 사용되면서 궁궐의 역할을 잃어버렸다는 점에서도 묘하게 닮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