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쿠저 〈비 내리는 아침〉
낭송_이정은
휠체어 여성 역_이정은
『마음챙김의 시』(류시화 엮음) 중에서
비 내리는 아침
휠체어에 탄 젊은 여성이
빗방울 잔뜩 튄 검은색 비닐 우비를 입고
몸을 밀어젖히며 아침을 가로지른다.
당신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피아니스트가 때때로 몸을 앞으로 기울여
건반을 두드린 후에
두 손을 들어 뒤로 물러나 잠시 멈췄다가
화음이 사라지려고 하는 순간
다시 몸을 숙여 건반을 두드리는 것을.
이 여성이 나아가는 방식이 그러하다.
휠체어 바퀴를 힘껏 민 다음
길고 흰 손가락을 들어
잠시 공중에 떠 있게 하다가
휠체어 속도가 마치 침묵 속으로 잠길 듯 느려지려고 하는 순간
다시 몸을 숙여 힘껏 바퀴를 민다.
그렇게 전문가다운 실력으로 그녀는
자신이 통달한 이 어려운 음악의
화음을 연주한다.
그 집중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비에 젖은 얼굴.
바람이 비의 악보를 넘기는 동안.
-테드 쿠저 〈비 내리는 아침〉 (류시화 옮김)
소리 내어 말해진 모든 단어들은 사실 공기의 떨림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떤 공기의 떨림들은 모여서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그 속에 삶의 떨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시는 우리의 숨결이 만드는 것이고 우리의 숨결을 만드는 것이기도 한다.
_『마음챙김의 시』 엮은이의 말 중에서
캘리그라피_강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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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ноя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