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망각①]오송 참사 1년 멈춰버린 시간.. "하느님, 도와주세요"ㅣMBC충북NEWS 

◀ 앵 커 ▶
1년 전 오늘(15), 청주 오송에 있는
궁평 2지하차도에서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우리 기억에서는 조금씩 잊히고 있지만,
여전히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번 주 오송 참사와 관련한
기획 보도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그날을 꼭 기억해달라"는 유가족 동의를 받아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희생자의 마지막 영상과 육성을
먼저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이지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해 7월 15일,
62살 황말례 씨가 운전하던 승용차입니다.
차가 들어서자 멀쩡했던 지하차도에
18초 만에 흙탕물이 차오릅니다.
물살을 헤치며 터널 밖으로 힘겹게
빠져나가는 승용차.
이제 경사로만 올라서면 되는데
흙탕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차는 그대로 멈추어 섭니다.
아무리 가속페달을 밟고
제동장치를 밟아봐도 차가 도리어 밀립니다.
◀ SYNC ▶
故 황말례/오송 참사 희생자
"아이고, 하느님.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차량에 흙탕물이 점점 차오르고,
극한의 공포가 몰려옵니다.
남편에게 건 전화는
황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육성이 됐습니다.
◀ SYNC ▶
"여보, 나 이거 (물에) 걸렸어. 지하도에서 걸려버렸어, 여기. 물 때문에 못 가. 안돼, 안돼."
("도저히 못 나와?")
"응, 앞이 안 보여."
임시 제방이 무너지면서
6만 톤의 강물이 그대로 덮쳤고,
그때 우연히 차도를 지나던 사람들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탈출 방법이라도 알려줬다면,
그날 출근하지 말라고 말렸다면...
남은 가족들의 시간은 그날에 멈춰 있습니다.
◀ INT ▶
장성수/故 황말례 사위
""내일 나가야 된다, 출근한다."" 그러면 그냥 전화해서 "내일은 그냥 쉰다고 하세요, 쉬어도 되는 거니까." 그러면 되는 건데."
나누고 베푸는 걸 좋아해
사회복지사로 제2의 인생을 꿈꾸던 엄마.
생일을 앞두고 주문했던 감사패는
미처 드리지 못했습니다.
◀ INT ▶
장성수/故 황말례 사위
"저는 이거 볼 때마다 정말 많이 생각나요. 이거 못 드렸다는 거, 이거 드렸어야 하는데..."
사고 전날 멀리 살던 딸과 사위에게
반찬을 쥐여주면서 당부했던 목소리를,
딸은 휴대전화에서 지우지 못합니다.
◀ SYNC ▶
故 황말례/오송 참사 희생자(사고 전날 딸과 통화 녹음)
"일하려면 속이 든든해야지. 최선을 다해서 살고, 엄마가 뒷받침하고 먹을 거 주고 할 테니까."
[화면 전환]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49재 이후
처음으로 납골당을 찾았습니다.
아들이 죽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해
납골당에 오지 못했는데,
음력으로 1년 기일이 된 날
용기 내 찾아왔습니다.
◀ INT ▶
오송 참사 희생자 유족/故 조ㅇㅇ 어머니
"많이 보고 싶구나.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불러보고 싶은 나의 아들. 엄마 아빠 아들로 함께해줘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이 엄마 평생 잊지 않을게."
조 씨는 당시 주말이었던 그날,
회사에 출근하다 747번 버스에서
변을 당했습니다.
코로나19에 걸려 밀렸던 일을 하기 위해
출근한 게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조 씨는 부모님에게
대든 적 없는 착한 아들이자
동생에게는 늘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다정한 오빠였습니다.
◀ SYNC ▶
故 조ㅇㅇ/오송 참사 희생자(동생과의 통화)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응, 오빠도. 수고했어.")
"사랑해."
("사랑해.")
2023년 7월 15일, 14명이 숨진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아직도 일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 INT ▶
오송 참사 희생자 유족/故 조ㅇㅇ 어머니
"왜 그 버스가 통과하게 하고 사람들이, 또 차가 통과하도록 해서 왜 멀쩡한, 건강한 내 아들이 죽게 됐냐고."
MBC뉴스 이지현입니다.
(영상취재 신석호 CG 변경미, 최재훈)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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