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때마다 구름 관중을 몰고, 매경기 소나기 펀치로 상대를 쓰러뜨린 명복서, 뇌수술 불행으로 사경을 헤매다가 은퇴한 불운의 세계챔피언 김태식 선수의 파란만장한 일대기.
이바라와의 명경기, 아벨라와의 안타까운 장면 등, 복싱 레전드 김태식이 펼친 경기의 하이라이트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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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묵호. 가난했던 9살 소년은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꺾이는 부상을 당합니다. 왠만한 상처는 약국에서 해결하며, 통증 정도는 그냥 참고 버티던 시절이었는데요, 이 소년도 손가락 부상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참아냅니다.
통증이 사라질 무렵, 엄지손가락 마디는 이미 굳어져버려 굽힐 수가 없었습니다.
병원에 가면, 쉽게 고칠수 있던 부상이었는데, 가난과 무지로 인해 이 소년은 평생 손가락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골목대장이었던 이 소년은 폐건물에서 뛰어놀다가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치기도 했습니다.
1956년생, 늘 배고팠던 보릿고개 세대. 강원도 시골도시에서 자라며, 제대로 먹지도 배우지도 못했던 이 소년은 성인이되어 복서의 꿈을 안고 서울로 갑니다.
굽어지지 않는 손가락. 그가 스트레이트를 연습할때면, 다쳤던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통증이 엄습해 왔는데요, 그렇기에, 복싱에서 중요한 스트레이트를 구사 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좌우로 크게 휘두르는 훅을 사용하면, 손가락 부담이 적어 아프지 않았죠. 그래서 그는 좌우훅을 중심으로 복싱 연습을 하게 됩니다.
이 청년은 20살이 된 해에,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프로복싱에 데뷔합니다. 이 청년의 이름은 김태식. 현재 오십대 이상의 세대에게는 장정구와 유명우 만큼이나 인기있던 유명 복서였다고 하는데요,
80년대 초, 한국의 복싱 전성기는 김태식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돌주먹이라는 별명답게 크게 휘두르는 훅 펀치가 주무기였던 김태식. 그의 주먹에 걸리면, 상대 선수들이 금방 나가 떨어지곤 했죠.
데뷔이후, 연속 10 KO 승을 구가하던 김태식의 저돌적인 인파이팅 스타일은 지친 국민들에게, 시원하고 통쾌한 기분을 느끼게 했습니다.
김태식의 매치가 있을때면, 경기장엔 구름 관중이 몰렸고, TV 중계를 보기 위해 거리엔 차가 잘 다니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고 합니다.
1980년 2월, 김태식은 데뷔후 13전 만에 세계타이틀전을 갖게 됩니다. KO 행진과 호성적으로 생긴 복싱 팬들의 높은 인기덕에, 다른 복서들보다 빠른 시기에 도전 기회를 잡을 수 있던 것이죠.
WBA 플라이급, 세계타이틀 매치전의 상대는 원래 베툴리오 곤잘레스였습니다.
그러나 곤잘레스가 김태식과 경기를 갖기 바로 직전의 타이틀 방어전에서, 파나마의 루이스 이바라에게 판정패하며, 타이틀을 빼앗기는 바람에 김태식 선수는 상대를 바꿔, 이바라와 타이틀 전을 치루어야 했습니다. 이바라에 대한 정보가 없던 김태식은 이바라와 곤잘레스가 벌였던 경기의 영상을 입수하고, 분석에 들어갑니다,
이바라는 기교파로, 차근 차근 포인트를 따며 승리하는, 아웃복싱 스타일이었습니다.
김태식은 이 선수와 맞붙어서 중반을 넘기면, 그를 쉽게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데요, 그래서, 마음 속에 6라운드까지는 승부를 내야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이 경기에서 김태식은 초반부터 상대를 거세게 몰아부칩니다. 적극적인 공격에 당황한 이바라는 자신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보지 못한 채, KO패를 당하게 되죠.
약 4분간, 김태식이 뻗은 펀치 수는 무려 250회. 그 소나기 펀치들 대부분은 이바라의 바디에 적중하며, 챔피언에게 큰 데미지를 주었습니다.
김태식 선수가, 꿈에 그리던 세계챔피언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경기 이후,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에게 대기업들의 후원이 줄을 이었는데요, 대우는 고급 세단자동차를 그리고 현대는 3천만원 수준의 아파트를 김태식에게 기증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탄탄대로일 줄 알았던 김태식의 앞길에 부상의 악몽이 찾아옵니다.
필리핀의 아르넬 아로살과 1차 방어전. 쉽게 이길 줄 알았던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김태식은 4라운드에 아로살 선수의 버팅에 의해 턱뼈가 깨지는 부상을 당합니다.
그 고통이 매우 컸다고 하는데, 노게임이 되면 파이트머니 등 문제가 많았기에 일단 라운드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너무 아파서 중도에 포기하려고 했지만, 그러면 자기 인생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이를 악물고 15라운드를 본능적으로 휘두려며 버텼다고 합니다.
다행히 판정승. 하지만 그당시 턱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라운드를 이어간 것에 대한 후유증이 김태식을 괴롭히게 됩니다.
1980년 12월, LA에서 마테블라와 2차 방어전을 치르게 됩니다.
이 매치에서는 시작 전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상대 선수는 다운율이 높은 멕시코제 6온스 글로브를 착용합니다. 김태식도 6온스 글로브를 끼기로 했었는데, 경기 시작 직전에 운영진에서 무슨 착오가 있었는지, 8온스 글로브를 가져와 그를 당황하게 합니다. 8온스 글로브는 6온스보다 무겁고 더 두꺼워서, 펀치력을 둔화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경량급에게 8 온스는 무리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단기전 KO로 승부를 거는 인파이터로서 김태식 입장에서 두꺼운 8 온스 글로브는 불리한 조건이었을텐데요,
본인이 처음 껴보는 글로브였지만, 경기 직전이라 바꿀 시간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8온스를 착용한 채로, 경기를 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식이 포인트 면에서 마테블라를 앞서 나갑니다.
정상적으로 6온스 글로브를 꼈었더라면, 김태식이 KO로 끝냈을 경기였다는데, 15라운드가 끝나고, 심판의 페이퍼는 김태식의 2 대 1 승리로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 길어지는 최종판정. 심판들이 뭔가를 수정하더니 판정결과를 발표하는데, 그 결과는 이상하게도, 1대2로 김태식의 패배였습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결과였죠. 이 판정에 대해서, AP는 김태식이 승리한 경기라며, 편파판정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결국 이렇게 타이틀을 빼앗긴 김태식은 8온스 글로브를 준비한 운영진이 원망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절치부심하던 김태식에게, 1년도 지나지 않아 세계타이틀전 기회가 다시 찾아옵니다.
1981년 8월, 김태식은, 멕시코의 하드펀치 안토니오 아벨라와 WBC 플라이급 타이틀 매치를 치르게 됩니다.
김태식 선수는 좋은 펀치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펀치를 내는 각이 크고 위빙이 적은 오픈 동작으로서, 상대의 공격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이 문제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좋은 스트레이트를 가지고 있던 아벨라에게는 당할 수가 없었던 것이죠. 이 경기의 처참한 패배로 김태식에 대한 국내팬들의 기대치가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
김태식은 재기를 위해 몸무림을 치다가, 1982년, 로베르토 라미네스와 논타이틀전을 벌입니다. 이 경기에서 그는 과거의 화려했던 펀치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힘겹게 판정승을 거둡니다.
그러나, 이 경기는 김태식 선수 인생의 마지막 경기로 기록되죠.
그는 이 경기를 마친후 라커룸에 돌아가서, 심한 현기증을 호소하고 구토를 하는데요, 곧바로 병원에 후송해서 뇌출혈(뇌경막 하혈종) 수술을 받게 됩니다.
혼수상태에 빠진 상황으로 충격적인 사망설까지 떠돌았죠.
그러나, 나흘후에 김태식은 깨어났고, 다행스럽게도 회복을 합니다. 하지만 김태식은 더 이상 복싱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한국복싱 역사에서 드물게 화끈한 복싱을 선보여 복싱팬들을 열광하게 했던 김태식 선수는, 그렇게 복싱계를 떠납니다.
총전적, 20전 17승 13KO 3패를 남긴 그는 은퇴 후, 면목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다가, 2007년부터 구리에서 김태식 복싱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고합니다.
전국민 복싱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김태식 선수의 챔피언 보유기간은 10개월. 큰 인기에 비해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남긴 복서였습니다.
하지만, 김태식은 복싱을 할 수 없는 신체조건을 가진 상태에서도 헝그리 정신과 불굴의 투지로, 국내 제 7대 세계챔피언을 쟁취한, 의지의 한국인이었습니다.
그는 아직도 많은 오륙십대 권투팬들에게, 화끈한 복싱으로 깊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명선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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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vin MacLeod의 Artifact - The Dark Conten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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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incompetech.com/
6 июл 2021